[진달용의 한류 이야기] 수준 높은 콘텐츠에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까지…지속가능성 높아지는 한류

입력 2023-11-29 17:57   수정 2023-11-30 00:10

인기 보이그룹 BTS 멤버들이 2022년부터 군에 입대하면서 잠시 그룹 활동을 중단하자 많은 국내외 미디어와 한류 팬들은 K팝, 그리고 한류의 위상이 당분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TS 그룹의 맏형인 진이 2022년 입대한 것을 시작으로 제이홉과 슈가가 올해 입대를 마쳤고 나머지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군입대를 단행할 계획이어서 당분간은 BTS 공연을 볼 수 없게 됐으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BTS 멤버들은 그러나 군입대 전까지도 다양한 개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막내인 정국의 노래 ‘스탠딩 넥스트 투 유’가 11월에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5위로 진입했고, 뷔(김태형)는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에 인턴으로 등장하며 해당 프로그램의 인기몰이에 힘을 보탰다. BTS가 빠진 K팝의 빈자리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메꾸고 있어 아직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한류 전체로 봤을 때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데다 한국 영화는 침체를 겪고 있지만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류가 30여 년간 역사를 유지하면서 성장한 만큼 한두 명의 한류 스타, 또는 한두 개의 문화 장르에 의해 움직임이 바뀔 정도로 취약하지 않아서다.

한류의 지속 가능성 여부는 결국 한국 문화산업이 지난 30여 년간 어떤 특징을 발전시켰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산업의 제도화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아와 남미 등의 나라와 달리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연달아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와 영화로부터 시작된 한류가 K팝 열풍으로 이어졌고,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 게임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웹툰까지 한류 대열에 합류했다. 여러 문화 장르가 순차적으로 한류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는 또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 문화의 융합이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한류를 영화, 드라마, 그리고 K팝 등 대중문화 위주로 봐서는 안 된다. 게임과 웹툰, e스포츠 같은 디지털 한류가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잘 새겨야 한다. 한류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국내 대중문화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과의 융합 역시 2020년대 한류의 핵심 요소가 됐다.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에는 또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 게임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기존의 연회원 등록 대신 한 달 동안만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게임 카드를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게임이 나왔을 때 비용 문제 때문에 주저하던 이용자들을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웹툰이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디지털 문화라는 것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일본 만화가 아직도 흑백 위주로 제작되고, 가로로 읽는 전통적인 형식을 고집할 때 웹툰은 과감하게 컬러를 입히고 세로로 패널을 만들어 나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류 콘텐츠의 질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BTS가 폭발적인 팬덤을 자랑하고,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하고, ‘오징어 게임’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인기를 끈 것은 이들 콘텐츠가 사회적 정의를 갈구하는 MZ세대의 눈높이를 맞춘 콘텐츠였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 팬들은 역사와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다르지만 사회경제적 정의를 추구하고, 사회문화 문제를 심도 있게 표현하는 한류 콘텐츠의 스토리, 그리고 세밀하면서도 화려한 카메라 표현을 좋아한다. 게다가 한류의 수용자들은 1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퍼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류 초창기인 1990년대 한류 마니아였던 50대와 60대가 지금껏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있고, K팝의 멋에 흠뻑 빠진 10대와 웹툰에 열광하는 20대 등 한류 수용자의 확산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류의 지속 가능성 여부는 결국, 한국 문화산업계가 이런 한국적 특징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새로운 형태의 문화 장르를 발굴하고, 전 세계 수용자들이 여러 장르의 문화 콘텐츠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해 수용자층을 늘려나가면 한류의 지속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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